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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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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서는 문자를 읽을 줄 안다고 해서 까막눈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리터러시(literacy : 문해력)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 

유치원생이 글을 깨쳤다고 해서 신문 기사나 보험계약서를 이해하고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가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능력을 갖춘것은 아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디지털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손바닥 안에서 주고 받는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두뇌 활동을 돕는 기억과 연산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모든 정보가 드나드는 출입문이다. 

나아가 사고와 판단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신하면서

또 하나의 두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이 아니다.

사용자 자신이 어떤 특성의 기술과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그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좀처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스마트폰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가장 이해가 부족한 기기다.

 

 

 

현대인은 하루에 깨어있는 16시간 동안 150번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오지도 않는 진동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몇 시간씩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마치 몸뚱이가 두뇌와 분리된 것처럼 불안함과 무기력함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

일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고 스마트폰이 손안에 없으면 분리 불안을 경험하는

현상을 '노모포비아(No Mobile Phobia)'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를 돌아보면서 성찰하기는 쉽지 않다.

복잡한 사회생활과 스마트폰의 쉴 새 없는 알림은 그럴 틈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산업계는 사용자들이 기기와 헤어져 불편하고 불안해지는 상황을 아예 마주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리고, 더 빠른 통신망을 더 촘촘히 깔아서 기기가 작동을 멈추거나 네트워크와 접속되지 않는 난감한 순간들을 없애나가는 것이다.

워낙 스마트폰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지, 또 어떤 태도로 사용하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잣대로 기능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말 그대로 도구일 따름이다.

하지만 날카로움과 강력함에서 인류가 일찍이 가져본 적이 없는,

기존의 도구와는 차원이 다른 '슈퍼 울트라(super ultra)' 도구다.

 

실제로 텔레비전, 전화, 카메라, 인터넷, 컴퓨터, 위성항법장치(GPS), 신용카드 등 수많은 기능이

스마트폰 하나에 모두 들어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에는 더 다양한 기능과 첨단 기술이 탑재될 것이고 자연히 사용자의 의존도는 더 깊어질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디지털 세상은 강력한 효능을 지닌 신약과도 같다.

효과의 강력함과 의존도라는 면에서 보면 마약과 비슷할 정도다.

누군가는 약 없이 자연 치유력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고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는 약의 효능을 알았으며

그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디지털도 마찬가지다. 부작용만 보고 사용을 외면할 수 없다.

칼날이 날카로울수록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법이다.

뛰어난 효능의 약이라고 해서 자가진단과 처방을 통해 늘 복용하고 만병통치용으로 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효과가 강력한 약일수록 부작용과 의존성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언어를 읽어내는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

'리터러시'는 기본적으로 문자의 보급과 더불어 형성된 개념으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문해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디지털 활용 능력'이라는 의미인데

이 또한 충분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디지털은 도구이면서 기술과 서비스이고, 컨텐츠이기도 한 다양한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미국의 미디어 교육학자 루블라와 베일리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줄 하는 능력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아는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누군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췄다고 말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도구와 기술을 잘 활용하는 상태인가, 아니면 디지털 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의미하는가, 또는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이해를 갖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주로 말과 글로 이뤄진 컨텐츠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일컬어온 기존의 리터러시 개념과 구분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과 도구 사용능력(기술 리터러시), 코드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뉴스 리터러시, 소셜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와 기술 활용 능력을 의미하는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존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는 디지털 기술의 등장에 의해 비로소 형성된 개념인 만큼, 아날로그 리터러시라는 용어와 개념은 본디 존재하지 않았다.

리터러시는 본디 책과 신문 등 문자 환경에서 말과 글을 대상으로 형성되어 영상과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형태의 비문자적 컨텐츠까지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으로 발전했다.

기술과 도구, 미디어는 지속 변화하고 발달해왔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개념의 리터러시가 요구되는 배경은 디지털이 기존의 도구와 기술, 미디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지털로 인한 변화의 속성과 영향의 범위를 이해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요구된다.

 

디지털은 이전의 아날로그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구조의 기술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새로운 이해와 접근을 요구한다.

아날로그 정보와 기술은 원자(atom)로 구성된 물리적 세계인 것에 비해,

디지털은 단위가 전기 신호(bit)로 이뤄진 전자의 세계다.

MIT 미디어랩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일찍이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주장한 대로,

아톰의 세계는 비트의 세계로 전환하고 있다.

 

디지털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본과 진본의 구분이 사라지는 무한복제와 보존성,

실시간 동시 유통이 가능하다.

디지털 정보는 모든 정보를 연결해 소통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과 결합했다.

기존의 정보 전달과 소통 방식, 사회적 관계 형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다.

 

 

 

디지털 정보는 기본적으로 기계가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어 컴퓨터 처리능력의 개선에 따라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뛰어넘게 된다.

근래 인공지능과 자동화 로봇 분야에서의 괄목할 성취도 기본적으로 정보의 디지털화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정보의 이러한 속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인지적, 사회적, 직업적 역량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은 이전의 아날로그 형태를 획기적이면서 불가역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조적 차원의 근본적 변화이지만,

현실에서 사용자가 그 구조적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특성을 보인다.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표현방법과 융합성으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도 매끄럽게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문서와 전자문서, LP 레코드 판과 MP3 음악 파일의 관계처럼 디지털은 아날로그로 이용하던 것을 디지털로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동일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경험이지만,

기술적 구조에 있어서 디지털은 기존과 전혀 다르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이용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구조와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도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과 풍부함을 누릴 수 있다.

복잡한 구조와 강력한 힘을 갖추면서도 편리한 사용법은 기술의 기본적 지향이다.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디지털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대표적으로, 디지털 기술은 편리하고 강력하지만 그 작동 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눈에 블랙박스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설계자와 전문가와 달리, 실제 사용자는 기술 구조에 무지한 채 이용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가 경험한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기술로, 사용자가 의존적 관계를 맺게 된다.

깊이 의존하지만 그 기술의 구조와 영향에 대해 무지한, 정보 비대칭 상황은 디지털 시대의 그늘이다.

 

 

더 깊이 도구에 의존하나 이해는 얕아져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에 대해 깊이 의존하고 있지만 그 구조와 영향에 대해 무지한 상태라는 것이 디지털 리터러시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는 쌍방향성으로 인해 과거의 매스미디어와 달리 이용자에게 많은 선택과 통제권, 기회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능력을 갖춘 경우 주도적 이용자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의존성이 높으나 주도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은 마치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듯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지만, 기술의 구조와 그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영향은 저절로 습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에게 이전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권한과 선택이 제공된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이용자 권한 강화는 기술의 속성과 구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의도에 맞게 활용하려는 적극적 이용자에게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 주지만 기술의 속성에 대해 무지한 수동적 이용자에게는 과중한 선택의 부담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미디어 이용자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존보다 많은 시간을 미디어 이용에 할당하지만 수동적 이용에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소통 행위와 정보 생산 행위가 갖는 의미와 영향을 파악하는 소셜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영역이다. 세대별로 디지털 소통수단에 대해 다른 인식과 사용행태를 보이는 만큼, 이는 기성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이해하고 교육하는 데 필수적 역량이기도 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중첩되는 만큼, 미디어 이해와 활용의 핵심이 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목적한다. 나아가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의 디지털화로 인한 지식의 유효기간 단축과 이로 인한 평생학습을 의미하는 디지털 시민역량을 지향한다.

 

디지털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정보의 디지털화가 가져오는 다양한 현상과 영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지능정보화 사회에서 적극적인 시민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 디지털 리터러시다.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하지만 디지털이 가져오는 변화와 영향이 지대한 만큼 디지털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 또한 같은 경로를 피할 수 없다. 앞으로의 과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다양하게 중첩된 영역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함을 통해 현실에서 실천적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우리가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기술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환경을 고려할 때 디지털 리터러시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우선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게 미디어 리터러시다. 정보의 유효기간이 단축되는 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한 평생학습은 점점 중요해진다. 근래의 가짜 뉴스 현상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가 왜 갈수록 중요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코딩학습보다 중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한국은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배우기 쉬운 한글 덕분에 문맹률 또한 낮다. 하지만 현대생활은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으로 충분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나라별로 성인들의 문서 해독능력을 측정하는 '실질문맹률' 조사를 해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이다. '의약품 복용 설명서' 같은 글을 읽고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성인 비중이 전체의 38%로 매우 높다. 현대 사회에서는 문자 해독력 즉 '리터러시(Literacy)'가 '실질 문해력'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더욱이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보 이해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가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디지털에 깊이 의존한 삶을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가장 널리 쓰이지만, 가장 이해되지 못한 기술이다. 우리가 지닌 스마트폰은 달 착륙 때 쓰였던 우주선의 컴퓨터보다 수만 배 뛰어난 처리능력에 다양한 센서 기능이 있다. 늘 휴대하면서 세계의 모든 정보와 연결된 인터넷에 초고속으로 상시 접속된 상태다.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역사상 어떤 권력자도 누리지 못한 슈퍼맨과 같은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기술은 알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힘과 기회를 주는 마법의 기술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저 오락 기능이 추가된 전화기에 불과하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기술의 속성과 구조를 알 때와 모를 때의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몇십 년 전만 해도 한자를 알아야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모르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사람들이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컴퓨터의 구조나 프로그래밍 지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적 삶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다.

명심할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사용자인 우리도 일종의 데이터가 된다는 점이다.

이메일, 메신저, 웹사이트 방문 등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이용한 모든 흔적은 기록되어 있어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서 활용될 수 있다.

 

성희롱이나 협박, '갑질'처럼 전에는 당사자 외에는 알 수 없고,

나중에 부인하면 증거를 찾을 수 없던 일들이 스마트폰 세상이 되면서 아주 쉽게 알려지고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디지털 기술과 친하지 않은 구세대와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아는 신세대간의 차이도 최근 불거지는 여러 사건들의 배경이다.

지위가 높고 재력이 있다고 해도,

디지털 리터러시가 없으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다.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고 살게 마련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기술은 빛과 그늘을 동시에 지닌다.

 

힘이 막강하고 다양할수록 조심해서 써야 한다.

누구나 디지털 리터러시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이유다.

 

 

-------------------------------구 본 권 (IT전문 저널리스트, <로봇시대, 인간의 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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